사건의 발단
때는 바야흐로 1월 5일.. 오후 3시에 집을 나와 친한 대학동기 자취방에 놀러간 날이었다. (신상 닌텐도스위치를 자랑할 생각에 매우 들뜸)
동기들과 만나 씐나게 닌텐도스위치와 VR을 하던 와중 4월입영을 위한 공군 입대신청을 하기 위해 동기의 컴퓨터에 앉았다.
병무청 사이트에 들어가 병무민원 -> 군지원하기 버튼을 누른 순간 난생 처음보는 배너같은게 떴다.
나는 자연스럽게 "아.. 개인정보 동의같은거 하라는거네"라고 생각하여 모든 답안에 "예"를 눌렀다.
그후 공군을 지원하려고 통합지원서를 작성하려는데 입영자는 통합지원서 작성이 안된다길래 "이 컴터가 오늘 맛이 갔나" 싶어서 병무청 앱에서 확인해보니깐 씨봉방 아까 모든 답안에 무지성으로 "예"버튼을 누른게 육군 현역입영 본인선택원이었던 거다.
당황한 가슴을 진정시키고 얼른 취소해버리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본인선택원 사이트에 다시 들어갔는데 무지성으로 클릭해서 현재로부터 신청일로부터 가장 빠르게 입영하는 1/17에 입영일이 잡혔고 위의 사진에서 보다시피 알겠지만 입영일로부터 15일전까지 취소가 가능하기에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 이까지 읽었을 때 흔히들 "너 진짜 정신 나감? ㅋㅋ 미쳤음?" 이라고들 하더라.. 사실 동기집 오기전에 헌혈했었는데 헌혈하기 전 전자문진으로 해외 나갔다 오신적 있으신가요? 말라리아 걸린적 있으신가요? 이런 질문에 무지성 '아니오' 버튼을 연타하고 온 상태여서 군지원도 할 때도 무지성 연타한듯 시봉방...
절망과 좌절
꿈인가? 내가 방금 무슨 짓을 한거지? ㅋㅋ 이거 아닌데? 씨봉방 이거 맞아?
바로 부산 지방 병무청 현역입영과에 전화하였다. 본인선택원으로 신청한 사람은 질병 || 천재지변 으로 인한 사유가 아니면 입영연기도 안된다하더라 ㅋㅋ...
4월에 공군 입대해서 특기 총무로 잡고 발뻗잠할 생각에 종강하고 나서부터 신 난 상태였는데... 총무 준비하려고 워드프로세서 공부중이었는데... 공군 커트라인때매 봉사 24시간, 헌혈 2번했는데... 12일 뒤에 육군 입대라고 하네? ㅋㅋ
심지어 강원도 백두산 부대 걸려서 12일 뒤에 백두산 호랑이될 생각하니 진짜 어지러웠다..
이떄 멘탈이 터져서 바로 집으로 향했다. 엄빠와 누나한테 알리니 다같이 어지러워졌다.
아빠가 그래도 잘했다며 어쩔 수 없으니 소고기나 먹으러 가자해서 소고기 먹으러 갔는데 ㅋㅋ.. 이 음식을 이제 12일 뒤에는 꿈도 못 꾸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니 밥이 넘어가질 않더라.
해결
첫날은 진짜 방법이 없겠구나싶어서 운명을 받아들이고자 군대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입대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허나 둘쨋날 아침에 샤워를 하며 "아니 내가 무슨 짓을 한거냐 씨봉방.. 아니 병무청은 왜 취소나 연기도 안되는 날짜에 에초에 신청할 수 있게 한거임? 아 진짜 연기 못하나?" 라고 하며 깊게 생각해보았는데 오마이가핫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뇌리에 스쳤다.
작년 12월달 기흉때문에 2주간 입원했었는데 기흉으로 질병 연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었다!!!!!!!!!!!
바로 병무청에 전화해서 이것저것 알아보니 병무용진단서에 입영일로부터 최소 3주 이상의 치료를 받아야하는 사람은 질병연기가 가능하다고 하더라.
기쁜 마음에 다음날 기흉 수술을 했던 병원에 찾아서 의사 선생님께 자초지종 설명해드렸다. (물론 MSG 엄청 첨가해서 말함. "아.. 제가 2학기 기말고사에 밤 새며 공부해서 그런지 수술 부위가 땡기기도 하고 ㅎㅎ.. 솔직히 1/17에 가는거 개에바죠?")
의사 선생님께서 듣고 바로 해주시더라. 헤헷.
병무용진단서를 팩스로 보낸 뒤 병무청에 확인 전화까지 하고 나니 그제서야 마음이 좀 놓이더라. 다음날 오전에 카톡 + 전화로 입영연기 처리되었다고 병무청에서 연락이 와서 기뻤다.
후기
12일 뒤에 입대해야하는 참사는 막아냈지만 4월 공군지원기간을 놓쳤기에 2학년 1학기를 하고 군대를 가야할 거 같다. 진짜 큰일 났다...
앞으로는 잘 보고 지원해야지... 시봉방
+) 병무용진단서 끊기 위해 찍은 증명사진
무슨 짓을 해서라도 군대를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담긴 눈동자를 엿볼 수 있다.